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잘 알려진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그러니까 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던 음습한 일들이 우리 모두에게 알려지기 바로 직전인 2007년 2분기에 미국의 연방기금금리(FFR; Federal Funds Rate)는 5.25%, GDP 성장률은 2.3%,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였다.
언뜻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일반적인 경제 성적표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 부동산은 이미 광범위한 지역에서 가격하락이 진행되고 있었고, 경기는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늘기 시작했으며, 모기지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계는 시나브로 증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경제에 좋지 않은 조짐들이 감지되기 시작했지만 많은 분석가와 정책담당자들은 경기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신봉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심지어 당시 미국의 통화정책과 금융감독의 총책임자였던 연방준비제도 의장 그린스펀(A, Greenspan)마저도 '부동산 가격이 다소 하락하고 있지만 미국경제는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까지 낙관했었다. 하지만 경제와 금융시장이 예상대로 흐르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의 대형 금융사인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결정하고 나서야 금융시장은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금융위기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많이 진행된 덕분에 금융위기의 전개과정, 원인, 결과 등에 대해 많은 사실들이 알려져 있다. 감독 당국의 안이, 시장참가자의 낙관, 금융시장의 탐욕 등과 함께 '부동산가격 하락', '모기지 채권 부실(그리고 모기지 채권에 기반한 파생상품 손실)', 이로 말미암아 증폭된 '신용 경색'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범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부정하는 이들은 없다.
금융위기와 현재의 비교
현재 하단 3.75%, 상단 4.00%인 미 연방기금금리는 2023년이면 5.0%를 넘는 수준(금융위기 직전 5.25%)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3분기 2.6% 성장(금융위기 직전 2.3%)한 미 경제는 내년 상반기 중 경기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점에서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더불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은 빠르게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연준의 물가안정목표(2.0%)를 크게 뛰어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미 통화긴축이 장기 지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금융위기 때와 지금을 단선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융위기 당시와 현재의 경제, 금융시장, 자산시장 여건은 매우 흡사하고 진행 경로 역시 비슷해 그때의 경험은 지금의 우리에게 판단과 전망의 유용한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에 필요한 수준의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하는 때라면 금융시장은 잘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동성 규모가 줄게 되는 경우라면 경제와 금융시장의 선순환은 멈추게 되고 높은 불안정성에 노출된다. 만일 경제 전반의 유동성이 우리가 모르는 어떤 임계 수준(Threshold) 아래까지 하락하는 경우라면 'Sudden Stop' 혹은 'Minsky Moment' 상황으로까지도 발전할 개연성이 있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래 유동성(신용)의 공급과 수축은 경기와 금융시장의 부침을 결정해 왔는데, 지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00년대 이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저금리와 이에 기반한 자산가격 상승을 경험해왔다. 더러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의례 '시장 친화적인 연준이 금융안정을 위해 결국엔 나설 것(Fed Put)'이라는 믿음을 금융시장은 반복적으로 학습해 왔고, 이러한 믿음이 비록 '비합리적'이었더라도 그 믿음이 배신당했던 경우는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연준은 나섰고, 주가는 부양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내년에도 연준이 금융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통화정책을 펼 수 있을지에 대해 필자는 회의적이다. 우리가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울 때 연준이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물가안정을 배경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었었기 때문이다. 올해 연준은 물가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하다. 내년에도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는다면 지난 사반세기에 걸쳐 통념(Conventional Wisdom)으로 자리잡은 통화정책, 다시 말해 금융시장이 위태로울 때 연준이 나섰었다는 '통계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자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다.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폭을 75bp에서 50bp로 낮춘다는 것이 위안을 줄 수 있겠지만, 그것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위협요인들(경기침체, 유동성 위축, 부동산가격 하락 등)에 대한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다수의 연준 인사들은 반복적으로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이며,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인하로의 선회는 없을 것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공표하고 있다. 이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통념과 기대만으로 내년 금융시장을 전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은 이미 알고 있는 돌다리길일지라도 한번 더 두드리며 발걸음을 옮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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