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퇴" 말한 시진핑…"축하받았다" 충돌 피한 트럼프 [차이나 워치]
간단 요약
-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의 미국 쇠퇴 발언을 자신의 엄청난 성공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며 미·중 관계 유지에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 안정의 전제조건으로 공식화한 반면, 미국은 중국 시장,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 통상 성과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 미국 기업인들이 시진핑에게 중국 시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언급하고, 테슬라 CEO가 방중을 "굉장했다"고 평가하는 등 시장 접근과 사업 기회 확대에 대한 기대가 부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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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서 드러난 힘의 역전
시진핑 경고엔 침묵, 중국엔 찬사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은 미·중 간 미묘한 힘의 균형, 권력 구도의 변화 조짐을 여실히 드러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향해 "쇠퇴하는 나라"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성공을 축하받았다"는 식의 해석으로 정면 충돌을 피하고 관계 유지에 공을 들였다.
대만 문제 이외에는 별다른 정상회담 성과를 기대하지 않은 시 주석과 달리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해 실질적인 경제 성과를 필요로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배경 차이로 해석됐다.
중국은 '대만', 미국은 '경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이 미국을 "아마도 쇠퇴하는 나라"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는 "시 주석이 매우 우아하게 미국을 쇠퇴하는 나라일 수 있다고 언급했을 때, 이는 졸린 조 바이든과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우리가 입은 엄청난 피해를 가리킨 것"이라며 "그 점에서 그는 100% 옳았다"고 적었다.
이어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간에 이룬 수많은 엄청난 성공을 축하해줬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전일 정상회담 공식 발표문과 시 주석의 공개 발언에는 "미국은 쇠퇴하는 나라"라는 표현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AP통신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표현의 출처나 발언 시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이 이번 방중 기간 내내 이어진 유화적인 태도와 맥을 같이한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과 나는 미·중 대통령 가운데 가장 길고 훌륭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중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말했다.
또 "나는 시 주석과 중국 인민을 엄청나게 존중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하면 양국과 세계를 위해 많은 크고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며 "환상적인 미래를 함께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직설적으로 대만 문제를 경고한 정상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상 갈등을 키우는 표현을 피하고 친분과 협력의 메시지만 전면에 내세웠다.
15일 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일한 기조를 이어갔다. 그는 방중 마지막 날을 시작하며 "지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라면서도 "중국과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더 좋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측 고위 인사들의 공개 메시지도 충돌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대만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오늘 현재,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곳에서 가진 회담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강한 대만 경고에 대해 정면으로 맞받아치기보다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루비오 장관은 중국과 관계를 "미국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이자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 관계"라고 규정하면서 갈등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중 강경파로 분류돼온 루비오 장관의 발언치고는 절제된 톤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세 차례 더 만나는 시진핑·트럼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방중한 미국 행정부와 기업 대표단의 움직임도 궤를 같이 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 동행한 미국 기업인들을 한 명씩 시 주석에게 소개했다. 기업인들은 시 주석에게 중국 시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굉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 전쟁, 첨단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 보낸 메시지가 안보 압박이 아닌 시장 접근과 사업 기회 확대라는 해석이 가능한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두고 중국이 노린 건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최상위 조건으로 제도화하는 데 있었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의 대만 관련 메시지가 2017년 베이징 정상회담 때보다 훨씬 강경했다"며 "중국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최소 3년간 '건설적 전략 안정'의 전제조건으로 대만 문제 관리를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은 대만을 양자 관계의 틀에 명확히 연결함으로써 초강대국 관계의 조건을 규정하려고 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과 대만 문제의 잘못된 관리를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은 향후 미국의 대만 관련 조치가 있을 때마다 "두 정상 간 합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할만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해석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방중은 외교적 상징성 못지않게 가시적인 경제 성과를 확보해야 하는 정치 일정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장기화와 생활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에 부담을 안은 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중에서 눈에 띄는 통상 성과를 절실히 원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항공기 구매 확대를 요구해왔다.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이 내놓은 입장이 경제 의제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은 대만, 미국은 경제'를 우선순위로 삼은 비대칭 협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만 문제를 양국 관계 안정의 전제조건으로 공식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시 주석은 대만이 단순한 현안 중 하나가 아니라 미·중 관계 전체를 좌우하는 최상위 의제임을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반박을 자제하고 중국의 시장 개방과 미국산 상품 구매 확대 가능성을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이 나의 엄청난 성공을 축하했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대중 협상에서 밀렸다는 인상을 피하고 국내 지지층에 '성과 있는 방문' 이미지를 심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최소 세 차례가 더 만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오는 9월 백악관으로 초청했으며 11월엔 중국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뒤이어 12월엔 미국 마이애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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