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AI 도입만 서두르다간…제조업도 빅테크에 종속"
간단 요약
- 보고서는 글로벌 기술기업의 풀스택 수직 통합 속에서 국내 공급 생태계를 키우지 않으면 제조업이 외산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 국내 제조업은 공동 데이터 기반과 IT·OT 공급 기업 역량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AI 도입 지원이 오히려 외산 플랫폼의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보고서는 한국이 제조 현장에 특화한 버티컬 AI, 에지(Edge) 기술, 자율운영 표준을 통해 공장 내부 AI 공급망과 운영 표준을 선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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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공지능(AI)을 공장에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모델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는 상황에서 국내 공급 기반을 키우지 않으면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다.
산업연구원은 6일 발표한 '글로벌 AI 풀스택 경쟁과 우리나라의 대응' 보고서에서 AI 정책의 무게중심을 수요기업의 도입 지원에서 공급 생태계 육성으로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 기술을 구매해 활용하는 데 그칠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로 불거졌던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위기와 비슷한 문제가 AI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AI 경쟁의 단위가 개별 기술에서 가치사슬 전체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풀스택 수직 통합'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칩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를 결합하고 있으며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반도체와 AI 모델을 클라우드에 접목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핵심 부품의 경쟁력만으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전체 생태계를 통제하는 기업의 전략에 따라 공급업체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AI를 사용하는 제조기업도 특정 플랫폼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하면 다른 서비스로 옮기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락인(lock-in)'에 노출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제조업 AI 전환을 추진하는 순서에서도 한국과 유럽의 차이가 드러난다고 짚었다. 유럽은 2021년부터 카테나-X와 가이아-X 등을 통해 기업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산업용 AI를 결합해 생산라인 변경 시간을 단축하고 일부 공정의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공동 데이터 기반보다 개별 기업의 AI 도입 사업에 먼저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 현장에서는 전체 개발 시간의 70~80%를 데이터 정리와 가공에 쓰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운영기술(OT)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의 역량을 함께 키우지 않으면 도입 지원이 오히려 외산 플랫폼의 시장 확대를 돕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집중할 분야로 제조 현장에 특화한 '버티컬 AI'를 제시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범용 AI 경쟁보다는 국내에 축적된 설비와 공정 데이터, 생산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제조 현장은 일반적인 클라우드 AI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일부 설비는 밀리초 단위로 움직여 이상 신호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외부 서버로 데이터를 보내고 분석 결과를 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신 지연이 제약이 될 수 있다. 보안상 외부망과 분리된 반도체·방위산업 공장도 외부 접속을 전제로 한 서비스의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런 현장에서는 설비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에지(Edge) 기술과 현장 학습 역량이 중요해진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제조 기반을 활용해 공장 내부에서 판단과 제어를 수행하는 AI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공정 이상을 판별하고 설비들이 스스로 협력하는 '자율운영 표준'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AI를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조 현장에서 작동하는 규칙을 정하는 위치로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 이상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설비 간 자율 협조 규칙 같은 운영 표준은 오랜 제조 경험과 현장 데이터를 축적한 국가만이 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이러한 표준을 확보해야 외산 AI의 소비자를 넘어 자율제조의 규칙을 만드는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두현 기자
cow5361@bloomingbit.io안녕하세요 블루밍비트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