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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사들일 이유는 없다"…美 국채 바이백의 진짜 목적 [김주완의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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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미 재무부 바이백은 오래된 국채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현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이지, 장기 금리를 직접 낮추려는 정책은 아니라고 밝혔다.
  • 높은 미국 국채 금리는 기업가치 평가와 이자 비용을 통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업의 부채 규모, 만기 구조, 고정·변동금리 비중을 함께 봐야 한다고 전했다.
  • 한국 투자자는 미국 채권주식 투자 시 금리와 함께 원·달러 환율 위험을 같이 점검하고, 물가와 미국 정부의 차입 상황에 따른 다양한 금리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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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셔터스톡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셔터스톡

최근 미 재무부는 시장에서 104억8900만달러어치의 국채를 사달라는 주문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51억8700만달러어치만 사들였다. 최대 60억달러까지 살 수 있었지만 한도를 다 채우지 않았다. 팔겠다는 국채가 매입 한도의 두 배 가까이 몰렸다. 하지만 미 재무부는 제출된 물량을 당시 시장가격과 상대가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매도 신청액이 한도를 넘더라도 매입 한도를 모두 채우지는 않을 수 있다.

이는 재무부의 국채 매입(바이백)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무조건 국채를 사들이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사지 않는 제도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그동안 재무부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바이백 실제 물량은 86%

14일 미 재무부의 국채 정보 사이트 트레저리다이렉트에 따르면 지난 10일 바이백 대상은 만기가 10~20년 남은 일반 국채였다. 재무부는 최대 60억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고 했고, 실제로는 그중 86.45%를 매입했다. 다만 여기서 60억달러는 국채의 액면가 기준이다. 액면가는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이기 때문에 재무부가 당일 시장에 실제 지급한 현금 규모와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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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는 시장가격과 상대가치를 살펴 제출된 매도 주문을 선별한다. 비싼 가격을 제시한 물량까지 무조건 받아주는 구조가 아니다. 응찰이 한도를 넘었다고 정부가 모든 가격을 수용할 의무는 없다. 실제 매입이 한도에 못 미쳤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집행 실패를 뜻하지 않는 이유다.

관련 제도 설계 당시 넬리 량 미 재무부 국내금융 담당 차관은 2023년에 "특정 수량의 증권을 매입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바이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 미 재무부가 왜 국채를 골라서 사는지 이해하기 쉽다. 새로 발행된 국채에는 거래가 몰리지만, 오래전에 발행된 국채는 같은 미국 정부 채권이라도 사고팔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이런 오래된 국채를 정기적으로 사들이면서 투자자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준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국채를 급하게 팔기 위해 가격을 크게 낮출 필요가 줄어든다. 채권을 중개하는 금융회사도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를 재무부에 팔아 확보한 자금을 다른 거래에 쓸 수 있다. 국채를 사고팔기가 쉬워지면 투자자들이 "나중에 팔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추가로 요구하는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 재무부 TBAC 설명자료 — 잔존만기 5~7년 바이백 그래프. 미 재무부의 잔존만기 5~7년 국채 바이백 실적. 막대는 실제 매입액, 회색 점은 매입 한도다. 다른 만기 구간에서는 한도 미달 매입이 반
미 재무부 TBAC 설명자료 — 잔존만기 5~7년 바이백 그래프. 미 재무부의 잔존만기 5~7년 국채 바이백 실적. 막대는 실제 매입액, 회색 점은 매입 한도다. 다른 만기 구간에서는 한도 미달 매입이 반

미 재무부도 이번 바이백으로 시장 금리 자체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균형가격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짐 반스 브린모어트러스트 채권 담당 이사도 로이터에 "이번 60억달러 매입 한도는 큰 금액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매입은 재무부가 예고한 바이백 확대 방침이 처음 적용된 사례였다. 재무부는 지난달 만기가 10~20년, 20~30년 남은 국채를 사들이는 한도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확대된 한도는 9월 9일부터 다음 분기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하는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실제로 9월 10일 매입에서는 한도가 60억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바이백 규모가 커졌다고 장기 금리가 곧바로 내려간 것은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의 FRED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4일 연 4.78%에서 10일 4.95%로 올랐다. 같은 기간 30년물 금리도 5.24%에서 5.37%로 상승했다. 각각 0.17%포인트와 0.13%포인트 오른 것이다.

바이백 효과는 있었다?

그렇다고 바이백이 아무 효과도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1일 10년물 금리는 장중 4.979%까지 올랐다가 약 4.93%로 다시 내려왔다. 며칠간 금리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바이백이 실패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이후 금리가 조금 내려갔다고 이를 모두 바이백 효과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국채를 사들인다고 그만큼 새로운 돈이 생기거나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미 재무부는 가진 현금을 쓰거나 새 국채를 발행해 돈을 마련한다. 사들인 국채는 결제 과정에서 없어지지만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국채를 새로 발행하면 정부 전체의 빚 부담이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중앙은행(Fed)이 새로운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와는 구조가 다르다는 뜻이다.

ING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가 필요하면 단기국채를 발행해 바이백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가 가진 현금을 쓸지, 단기국채를 새로 발행할지는 단기 자금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정부가 필요한 돈을 결국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장기국채를 사들이면서 그 돈을 단기국채 발행으로 마련하면 위험의 위치만 바뀐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 풀려 있는 장기국채가 줄어 장기 금리 변동 위험은 일부 낮아질 수 있다. 대신 정부는 만기가 짧은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하게 돼 더 자주 빚을 갈아타야 한다. 나중에 단기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의 큰 차입 수요는 이미 확인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일 올해 3분기 민간 대상 순시장성 차입 전망을 7390억달러로 제시했다. 5월 전망보다 68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 예상 순현금 유입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 수치는 분기 전체의 순차입 전망이다.

조지 콜 골드만삭스 유럽 금리전략 책임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한 웨비나에서 "재정 우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미정부의 미래 차입과 채권 공급을 걱정한다면 기존 국채 일부의 거래를 돕는 조치와 별개로 장기간 돈을 맡기는 대가를 더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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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물가 요인도 겹친다. 미 노동통계국이 지난 11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4%, 조정 전 기준 전년 동월보다 3.4% 올랐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새 2.1%, 휘발유는 3.9% 상승했다. 휘발유가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국채 매입이 에너지 공급이나 주유소 가격을 직접 바꾸지는 못한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로이터에 "지정학적 우려가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메트칼프 스테이트스트리트 거시전략 책임자는 "기초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백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바이백의 목적은 금리 자체를 낮추는 것보다 거래가 잘 이뤄지도록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ING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가 장기국채 바이백 확대를 발표한 뒤 30년 만기 스와프 스프레드가 4bp 줄었고, 이후에도 3bp 더 줄었다고 분석했다. 장기국채의 가격이 금리 파생상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좋아졌다는 뜻이다. 시장 전체의 금리가 올라도 미 재무부가 사들이는 국채의 거래 여건과 상대적인 가격은 개선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되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와 지금은 이유가 달랐다. 미 재무부 기록에 따르면 2000년 3월부터 2002년 4월까지 모두 45차례에 걸쳐 675억달러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당시에는 미국 정부가 재정 흑자를 내면서 새로 발행하는 국채가 감소한 시기였다. 시장에서 대표 국채의 거래가 줄어드는 문제를 막고, 정부에 남는 현금을 활용하려는 목적이 컸다. 지금처럼 정부가 대규모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과 다르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RED 작성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FRED 작성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비교되는 사례는 2011년 Fed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다. 당시 Fed는 만기가 6~30년 남은 장기국채 4000억달러어치를 사들이는 대신 만기 3년 이하의 단기국채를 같은 금액만큼 팔기로 했다. 장기국채 수요를 늘려 장기 금리를 낮추고 금융 여건을 완화하는 것이 분명한 목적이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장기국채를 사들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미 재무부 바이백은 성격이 다르다. 주된 목적은 오래된 국채의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미 재무부의 현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있다. Fed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처럼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한 정책으로 받아들이면 바이백의 효과와 지속성을 실제보다 크게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높은 국채 금리 영향은

높은 미국 국채 금리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경로는 기업가치다. 주식 가격은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해 매긴다. 이때 기준이 되는 금리가 높아지면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는 낮아진다. 먼 미래의 성장 기대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기업일수록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업의 이익 전망이 그보다 빠르게 좋아진다면 높은 금리의 부담을 이겨낼 수도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기술주가 반드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는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다. 현금이 많은 기업과 빚을 내 투자해야 하는 기업은 같은 금리 상승에도 받는 영향이 다르다. 과거에 낮은 고정금리로 장기 자금을 빌려놓은 기업이라면 시장금리가 올라도 당장 이자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반대로 대규모 부채의 만기가 돌아와 새로 돈을 빌려야 하는 기업은 높은 금리를 곧바로 부담해야 한다. 투자자가 기업의 전체 부채 규모뿐 아니라 언제 빚을 갚아야 하는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비중이 얼마인지까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일정표. 9월 10일 잔존만기 10~20년 국채 매입의 최대 한도는 60억달러, 최소 매입액은 0달러로 정해졌다. 미 재무부 문서 캡쳐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일정표. 9월 10일 잔존만기 10~20년 국채 매입의 최대 한도는 60억달러, 최소 매입액은 0달러로 정해졌다. 미 재무부 문서 캡쳐

한국 투자자는 환율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다면 달러로는 자산 가격이 그대로여도 원화가 강해지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반대로 원화가 약해지면 달러 자산의 원화 가치는 올라간다. 미국 금리가 높다고 해서 달러가 반드시 강해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 채권에 투자할 때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위험과 원·달러 환율 위험을 함께 따져야 한다.

향후에 가지 경우를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물가가 계속 높고 미국 정부의 대규모 차입도 이어지는 경우다. 이때는 재무부가 바이백을 늘려 국채 거래를 원활하게 만들더라도 장기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에너지 가격과 근원물가가 함께 안정되고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까지 줄어드는 경우다. 이때 장기 금리가 내려간다면 미국 경제 전체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 자체가 낮아지는 신호일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는 내려가지만 투자 환경은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국채로 돈이 몰리면서 국채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 동시에 기업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회사채 금리는 높아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서는 국채 금리 하락을 주식시장에 무조건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없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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